어제 컨퍼런스에서 들었던 류중희 퓨처플레이 대표님의 말말말이 자꾸 머리를 맴돌고 있습니다. 류형규 마켓컬리 CTO님, 김지원 SKT 부사장님께서 해주신 조언들이 계속 생각나서 정신없는 하루였습니다. 한 마디 한 마디가 퍼즐 조각이 되어 떠돌다가, 꼬박 하루가 걸린 지금 그럴 듯하게 끼워맞춰진 것 같아 글로 남겨보려 합니다.

전역 이후 지난 몇 달간의 저는 “커리어에 대한 의심”을 하며 보냈습니다. 좁게는 대학원에 갈까 취업/창업을 할까 하는 고민이었지만, 결국 제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나름의 “성공”의 기준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. 그리고 세코어 로보틱스에 합류하기로 한 그 순간까지도 이 선택이 맞는 선택일지 의심하고 또 의심했습니다.

그런 저에게 영광스럽게도 어제 류형규 선배님, 김지원 선배님과 맥주 한 잔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. “마음이 가는대로 해라, 대차게 깨져도 절망하지 마라”는 조언을 들었습니다. “남들이 또라이라고 하면 그걸 해라”는 말도 떠올랐습니다. 김지원 선배님도 “Minority Game”에 비유하며 남들이 안하는 분야에서 우직하게 밀어붙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라고 하셨습니다. 특히 저에게 진정 UAM을 하고싶다면, AI가 트렌드인 지금의 현실과 타협은 하되 곧 밀려올 Hardware wave를 기다리라며 말입니다. 너무 귀한 자리였던지라 받아적기까지 했지만, 솔직히 내가 그럴 수 있을까? 하며 엄두도 용기도 나지 않았습니다. 또 시작에 앞서 고민하며 스스로를 의심하는 저를 발견했습니다.

이제서야 뒤통수를 세 대 맞은듯 반성을 하게 됩니다. 저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. 실상은 그저 이기는 게임밖에 겪어보지 못해서(대부분 서울과학고 졸업생이 그렇듯) 조금이라도 질 것 같은 게임에는 손도 대지 않는 개쫄보일 뿐이었습니다. 스타트업에 관련한 어떤 책을 봐도 나오는, 진부할 정도로 익숙한 “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”는 말을 저는 개무시하고 살았습니다. 7번째 창업에 성공한 토스 이승건 대표님의 이야기, 넷플릭스 <규칙 없음>, 일론머스크 자서전을 보면서도 저는 그저 쫄보였습니다.

그런 김에 어디 자기계발서에나 나올 법한 진부한 놀이를 하나 해보기로 했습니다. 당당하게 내놓을 목표 하나쯤은 있어야 그 목표를 향해 실패하며 나아가는 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.

저는 한국의 보잉같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오랜 꿈이 있습니다. 만 40세가 되기 전 항공기를 만들어 팔아보겠습니다.

그게 UAM이 될지, 민항기가 될지, 초음속 비행체가 될지, 무인기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. 그래도 누가 미친놈이라고 할지언정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. 미래의 제가 이 글을 보고 중2병같다며 비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. 오히려 미래의 제가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, 누구보다도 큰 꿈을 꾸려 했던 20대의 저에게 부끄럽지 않냐고 되묻고 싶습니다.

그리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실패하겠습니다. 몇천번, 몇만번이고 깨지며 실패가 아무렇지 않을 때 까지. 그럴 때마다 무뎌지고 학습해서 언젠가는 만족할만한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말입니다. 사실, 이 목표도 이루지 못해도 괜찮습니다. 최선을 다해 노력해볼테지만 망할대로 망해서 파산해버려도 괜찮습니다. 그 경험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또 성장했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. 그러곤 아무렇지 않은듯 훌훌 털고 일어나 또 새로운 도전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.

혹여나, 정말 만에 하나 제가 이 목표를 이룬다면, 이 글을 보여주며 제 오랜 꿈을 드디어 이루어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.

| Failure is not an option. - Gene Kranz

23.10.30 새벽
Last Edit : 23.10.30